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서울대학교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 받았다.
3일 오후 서울대학교 문화관 중강당에서 열린 이날 수여식은 행사 시작 40분 전부터 객석이 가득 차 미쳐 입장하지 못한 학생들은 문화관 앞에 늘어서 반 총장을 지켜봤다.
반기문 총장은 중강당에 들어서면서 후배들의 각별한 환영에 흡족한 듯 미소로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 장내 열기도 뜨거웠다. 반 총장이 입장하자 장내에 있던 교직원과 학생들은 열광적인 기립박수를 보냈다. 5분여 동안 이어진 환호와 박수는 서울대 출신 유엔총장에 대한 동문들의 자부심 그 자체였다.
반 총장은 1970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외교부 차관과 장관을 거쳐 국제연합 사무총장에 이르는 30년간 나라와 인류에 공헌한 공적을 높이 평가받아 명예 외교학 박사 학위를 수여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대 역대 총장들과 노신영 전 국무총리,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교수 등이 참석했다. 학위 수여식이 끝난 후 반기문 총장이배들을 대상으로 특강에 나섰다. “A Stronger UN for A Better World”란 주제로 영어와 한국어를 번갈아가며 강연을 진행한 반 총장은, 강연 내내 후배들에 대한 애정과 세계평화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서울대 박사학위를 받은 그 누구보다도 먼 길을 돌아서 박사학위를 받게 된 것 같다”며 학위를 수여받는 감회를 표한 반기문 총장은, “연구를 통해 직접 획득한 학위가 아니라 면구스럽지만, 난생 처음 받는 박사학위인 만큼 반납하지는 않겠다”고 말해 강연장은 폭소가 만발했다.
‘학문의 길과 공직생활이 어떻게 교차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한 반 총장은 “지금 강연을 듣고 있는 학생들은 훗날 ‘변화의 세대’(change generation)로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변화를 멈출 수는 없지만, 변화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고 또 결정해야 하는 세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변화를 위해 매진해 왔고, 변화의 혜택을 누리는 국가”라면서 “민주주의, 인권존중, 번영’ 등 한국이 누린 가치를 다른 나라들도 누릴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며 이를 선도할 주체로서 서울대학교의 의무를 역설했다. 아울러 반 총장은 한국인들이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진력해주기를 희망하며 세계의 미래를 판가름할 4가지의 중대한 과제(four challenges)를 제시했다.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의 문제,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인한 자원의 부족문제, 국제적 인권수호의 문제, WMD와 SALW 등으로 대표되는 초국경적인 안보위협이 바로 그것이다. 반기문 총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적, 지역적, 지구적 협력이 계속되어야 하고, 결코 이러한 난제들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서울대 후배들이 세계무대에 뛰어들 것을 부탁하며 “You can, and will, make a difference. The world awaits you”라는 말로 특강을 마무리했다. 이에 객석을 가득 매운 청중들은 5분여의 기립박수로 세계 외교의 수장에게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서울대 재학생 대표로 반기문 총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박문경(외교 07학번)양은 “세계 외교의 정점에 서 계시는 반기문 선배님께 후배들을 대표하여 꽃다발을 증정하게 되어 크나큰 영광”이라며 “반기문 선배님의 특강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서의 꿈과 책임을 되새길 수 있었다”고 강의 소감을 밝혔다.
서울대 출신의 한 교수는 “반 총장의 강연을 들을 때 ‘서울대를 폐지해야한다’는 특정인(?)의 발언이 생각났다”며 서울대 출신 UN총장에 대한 각별한 자부심을 나타냈다.